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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07 07:59 수정 2019.08.07 07:59
소득불평등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위 1% 소득이 1980년 11%에서 2014년 20%로 증가했고, 상위 10% 소득이 34%에서 47%로 증가했다. 중간 40% 소득은 46%에서 40%로 감소했고, 하위 50% 소득은 20%에서 13%로 감소했다. 최상위 부유층 몫이 늘어나는 만큼 중산층과 하위 빈곤층 몫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상위 1% 소득은 같은 기간 7%에서 12%로 증가했고, 상위 10% 소득은 29%에서 43%로 증가했다. 중하위 90% 소득은 71%에서 57%로 감소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이 심하다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불평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최하위 빈곤층의 생활수준이 악화되는 것을 넘어서서, 중산층이 붕괴하고 세습자본주의가 도래해 정치, 경제,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8백여 쪽이 넘는 두터운 책자임에도 출간되자마자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국제노동기구(ILO)가 임금주도 성장을 주창하고, 신자유주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orld Bank)과 함께 포용성장을 얘기하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샘 피지개티의 <최고임금 - 몽상, 그 너머를 꿈꾸는 최고임금에 관하여> 표지 ⓒ 참여사회

 
하위층 소득 끌어올려도, 상위층 소득 더 빨리 증가

최상위 부유층과 하위 빈곤층의 소득격차를 줄이려면, 하위 빈곤층의 낮은 소득을 끌어올리고 최상위층의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끌어내려야 한다. 얼마 전 번역 출판된 <최고임금>에서 피지개티는 하위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면 빈부격차를 좁힐 수 있지만, 최상위층의 소득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양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의 10배 이내로 최고소득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소득에 대해 100%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을 연동시키면 하위층의 소득이 증가해야 최상위층의 소득도 증가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미국에서는 2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한 최고 과세율이 94%였고, 이후 20년 동안 최고 과세율이 90% 수준이었기 때문에, 과거 미국의 경험으로 볼 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최고임금제가 논의되기 시작한지 10년쯤 되었다. 2009년 최저임금은 4천원이었는데, 당시 노동부장관은 "최저임금이 높다, 가파르게 올라갔다"며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서 고령자 최저임금을 깎고, 복리후생비인 숙식비와 식대를 임금에서 공제하고, 노동부장관이 지명하는 공익위원만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길을 열어놓겠다며 노동계를 겁박했다.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최저임금이 높다'고 주장하는 분들 연봉은 얼마나 될까? 그분들 연봉의 5분의 1을 최저임금으로 정하면 어떨까? 능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5배면 충분하지 않을까? 장관이 받는 연봉은 1억원이 넘을 터인데, 최저임금 2천만원은 너무 많을까?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5배를 최고임금으로 하는 최고임금제는 어떨까? 5배가 부담스러우면 6배, 7배? 최고임금을 넘어서는 금액은 고용안정기금이나 양극화 해소재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10년 전 필자가 쓴 H신문 칼럼 내용이다. 
 

‘최저를 위한 최고의 기준, 1:10운동본부’는 6월 1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최고임금위원회를 만들자’는 국민청원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시연

 
최근 부산시의회가 조례 제정... 민간에도 도입해야

3년 전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살찐 고양이법'이라는 이름으로 최고임금제를 입법 발의했다. 공공부문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10배로 하고, 민간기업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30배로 하자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최저임금, 기초연금, 실업부조 등을 통해 최하위층의 소득을 끌어올리자는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누진과세, 최고임금제 등을 통해 최상위층의 지나치게 많은 소득을 끌어내리자는데 대해서는,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유력한 대선후보 다섯 명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지만, 최고임금제를 공약한 후보는 단 한 명뿐이었다. 지금도 최저임금제는 들어봤어도 최고임금제는 들어보지 못 했다는 분들이 많다.
 
올 들어 최고임금제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시의회는 공공기관장 보수를 최저임금의 7배로 제한하고, 기타 임원 보수를 6배로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7월 경기도의회는 공공기관장 보수를 최저임금의 7배로 제한하고, 임직원의 연봉격차 축소를 권고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다른 시도에서도 최고임금 조례는 빠른 속도로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의회에서 조례 제정은 한계도 분명하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 임직원 보수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임직원의 보수에 영향을 미치려면, 중앙정부와 국회가 나서 최고임금제를 도입하고 소득세 최고한계세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기업 임직원의 임금을 공개하고, 임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거나 임직원 간에 임금격차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임금격차가 작은 기업에는 정부사업 입찰 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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