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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30 09:12 수정 2019.07.30 09:12
술의 종착역은 식초다. 초(醋)의 한자풀이도 술(酉)의 오래됨(昔)을 뜻한다. 초산균이 알코올을 먹으면 식초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든 술로 식초를 만들 수 있다. 예전 아궁이가 있던 시절에는 초병을 아궁이에 올려놓고, 솔잎으로 주둥이를 막아두고 발효를 시켜, 양념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식초를 만들어 먹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마트에 가면 식초들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으니 굳이 식초를 만들 생각들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트의 식초들을 살펴보면, 우리의 음식 문화가 얼마나 얄팍한지를 알 수 있다. 대개가 주정(순도 95%의 알코올)으로 만든 식초들이어서 값은 저렴하지만 맛은 단조롭다. 하물며 석유에서 추출한 빙초산(16.6℃ 이하에서는 얼음 상태로 존재한다)까지 식용으로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식초 직접 만드는 법
   
음식을 알고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식초를 직접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집에서 간단하게 식초를 만들려면, 술과 항아리와 상자가 필요하다. 술은 알코올 6~8% 정도 되고, 그 속에 알코올 말고도 당분이나 단백질 등의 영양분이 있으면 좋다. 이때 적합한 술이 막걸리다. 그래서 막걸리 식초가 일찍이 이름을 얻었다. 그 다음은 식초를 담을 항아리가 필요하다.

목이 좁은 옹기 초병이 있지만 식초가 발효되는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둥이가 넓은 10ℓ 항아리면 충분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관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인데, 그 공간은 상자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10ℓ 크기의 항아리가 담길 수 있는 단단한 종이 상자를 구해서, 그 안에 전기방석을 넣어두면 35℃도 전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35℃ 정도 되는 후끈하게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면 초산균을 잘 불러올 수 있다.

식초 강좌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식초 만드는 원리를 설명해줘도 식초가 되는지 안 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코올 발효는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어 기포가 올라와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초산 발효는 기포가 생기는 일이 없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초파리가 다가오는가?' '식초 냄새가 나는가?'로 확인하는 정도인데, 이것만으로는 발효를 점검하기 쉽지 않다. 식초 단지를 덮고 있는 면포 위에 동전을 올려놓으면 청동색으로 변하는데 이도 일주일 정도면 변하기 때문에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식초가 되고 안 되고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식초를 만들 때 종초(種醋, 초산균이 살아있는 씨앗이 되는 식초)를 사용하면 완성 기간이 짧아지지만 종초가 없으면 2개월 정도 걸린다. 식초 발효가 진행되면 3가지 종류의 막(膜)이 형성된다. 그 막의 생김새를 알면, 식초를 정복할 수 있다. 처음엔 효모막이 생기고, 두 번째는 초산막이 생기고, 마지막에는 셀룰로오스막이 생긴다.
 

초산 발효 초기에 생기는 효모막, 가루처럼 밀린다. ⓒ 막걸리학교

 
식초를 만들거나 술을 만들 때에 초기에 나타나는 유해한 막이 효모막이다. 통상 막을 잘 형성한다 하여 산막효모(産膜酵母)라고 부르는데, 효모막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이해가 쉽다. 초산막보다 먼저 생성되는 효모막은 두껍고, 포자처럼 오돌토돌한데 흰 가루나 비듬처럼 보이기도 한다.

초기에 산소를 좋아하는 효모들이 만든 막인데, 이들은 알코올을 소비하고 초산 발효를 방해하기에 휘저어서 깨주거나 제거해야 한다. 효모막은 산도가 높아지면 잘 생기지 않으니, 초기에 완성된 식초를 넣어 산도를 1.5% 이상 올려주면 생기지 않는다.

식초가 잘 되고 있다는 징표
 

광택이 나고 조각으로 부서지는 초산막, 식초가 잘 되고 있다는 징표다. ⓒ 막걸리학교


초산 발효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초산막을 확인하는 것이다. 초산막이 생기면 안정된 식초 발효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된다. 초산막은 얇고 광택이 나고, 선형이나 그물 또는 거북등 모양을 섬세하게 형성한다. 막을 깨뜨리면 효모막은 함께 뭉텅 밀려나는데, 초산막은 엷은 얼음장처럼 깨지거나 조각난다.

하지만 초산막을 오래 방치하면 두툼해져서 효모막과 구분하지 못할 수 있으니, 초기에 엷고 광택이 도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초산막은 식초 표면에 생기는 족족 깨주는 것보다, 초산막이 생기고 3~4일이 지나 선명해지면 휘저어 깨주고 공기 접촉을 시켜주면 좋다.
 

완성된 식초를 상온에 방치하면 셀룰로오스막이 생긴다. ⓒ 막걸리학교

 
초산 발효가 끝난 식초를 방치해두면 셀룰로오스막이 생긴다. 셀룰로오스막은 좋은 식초를 유지하는데 방해가 된다. 셀룰로오스막은 한천이나 비계처럼 생겼고, 시간이 지날수록 번들거리면서 두툼해진다. 액체에서 고체가 생겨나다니 신통한 일이다. 두툼해진 셀룰로오스막은 주걱으로 떠내거나 손으로 건져낼 수 있다.

셀룰로오스막이 생긴 식초를 다른 식초에 부으면 오염되기 때문에 섞지 말아야 한다. 셀룰로오스막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산소 공급을 차단하거나 살균해야 한다. 그래서 살균하지 않은 식초를 보관할 때는 산소 공급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병목까지 식초를 담고 이를 비닐로 덮어 완전 밀폐한다.

더운 여름이면 온도가 높아 식초를 만들기에 좋다. 식초를 만들다보면 반드시 효모막, 초산막, 셀룰로오스막을 만나게 된다. 실패하면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새기며 식초를 만들면, 머잖아 좋은 식초를 만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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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 여행작가. 술을 통해서 문화와 역사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술문화연구소 소장이며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