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5 15:40최종 업데이트 19.07.25 15:44
'똑경제'는 똑똑한 경제필진 4명과 함께 매주 찾아가는 똑바로 쓴 경제 이야기입니다. 필자 사정으로 이번주는 하루 늦게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바랍니다.[편집자말]

국회 본회의장 모습 ⓒ 이희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는 사회적 경제에 관한 투자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관련된 기본법이 19대 국회에 올라갔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인 유승민이 발의한 것이라서, 당연히 통과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박근혜 청와대에서 난기류가 생겼다. 반대하던 정부 부처들에 대한 조정도 이루어졌고, 여야 간사협의까지 마무리된 상태라서 통과 직전까지 갔는데, 알기 어려운 이유로 벽에 부딪혔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청와대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거라는 얘기도 돌았다. 무슨 엄청난 내용이 들어간 법도 아닌데, 거의 국가보안법 수준으로 강력한 반대 기류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흘렀다. 그 상태에서 20대 국회까지, 아직도 그 법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자본주의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협동조합, 그리고 최근에 생겨난 사회적 기업, 특히 지역 경제 차원의 마을 기업 등을 통칭해서 사회적 경제로 부른다.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강조가 높아진 것은, 실업 특히 지역 차원에서의 실업 극복 방안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등 사회적 경제를 일찍 시작한 나라들의 고용의 10% 가까이가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형식만 협동조합인 농협 같은 데를 빼면 1%가 채 안된다.
 
한국의 보수들이 처음부터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1962년 5.16 이후 제일 먼저 정비한 것 중 하나가 농협을 금융기능과 결합시킨 일이다. 지금의 농협은 그해 8월에 생겼다.

농협이 너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지적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농협 등 분야별 협동조합을 정비한 것은 박정희의 일이다. 더 멀리 올라가면 파시즘의 바로 그 무솔리니 시절에 협동조합을 국가 기본의 근원으로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다.
 
따져보면 새마을 운동도 사회적 경제와의 연관성이 높다.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새마을 운동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새마을 운동이 가지고 있는 지역경제 그리고 사회적 경제와의 연관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좀 더 가까이 오면, 협동조합기본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통과된 이 법을 발의한 사람은 바로 새누리당의 김무성과 김성식이다. 김성식은 나중에 안철수와 손잡고, 김무성은 그 유명한 '노룩 패스'의 주인공이 된다. 이미지상으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김무성이 한국 협동조합의 정책적 출발점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협동조합·새마을운동도 사회적 경제

가끔 협동조합은 공산당이나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농협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농협 자체가 한국을 대표하는 협동조합이다. 이 조직은 늘상 부패의 근원으로 비난받고,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너무나 자본주의적이라서 문제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관련이 되어 있을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10년 영국 보수당은 44세의 젊은 당대표를 내세워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았다. 총리가 된 제임스 캐머론이 사회적 경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2008년 이후 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하는 흐름 중의 하나다.

우리 식으로 치면 심상정이 했음직한 연설을 하면서 영국 보수당은 사회적 경제를 트레이트 마크로 내걸었다. 이게 어색해 보이시는가? 현실이 그랬다. 경제 위기가 오면 많은 나라들은 좌우 상관없이 사회적 경제의 요소를 경제의 주요 요소로 활용했다.
 
좀 더 우리에게 친숙한 사례를 생각해보자. 한살림 등 한국의 생활협동조합, 생협은 조직과 운영 원리를 일본 생협에서 많이 가져왔다. 일본에서 생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1945년 패전 직후였다. 생산과 유통, 경제 기본장치들이 붕괴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서로 도와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사회적 경제가 급증하게 된다. 그 이후로 일본도 사회적 경제에서는 상당한 틀을 가진 나라가 된다.

그 시기에 무슨 진보 정당이 일본을 이끌어간 것은 아니다. 생협 등 일본의 사회적 경제는 자민당 정권 아래서 진행된 일이다. 경제 위기와 사회적 경제가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일본 사례가 보여준다.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진짜로 경제적인 것, 사회적 경제의 세계적 특징이다.
 
21세기 경제, 대기업과 정부 부문만 가지고 고용을 채우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금융정책의 의미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고, 매번 재정정책으로 모든 것을 조율할 수도 없다. 특히 지역 경제로 가면, 대기업은 너무 멀고, 정부도 딱히 효율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가 가지고 있는 지역특화적인 소위 '코뮤니티 비즈니스'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지역경제, 이건 좌우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이 정도 법도 통과시키지 않고서 경제살리기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5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냥 시민사회에서 알아서 하면 되지 법이 왜 필요하냐고? 사회적 경제의 대표적 모범 사례인 캐나다 퀘벡 같은 곳도 사실은 다양한 법제도의 지원망이 주요 요소이기는 하다. 시민사회의 자발성과 제도의 지원 같은 것이 결합되면 더 효율적으로 사회적 경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말로는 경제위기라고 하면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정도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가 좀 이상하기는 하다. 실제로 그렇게 이념적으로 작동하는 장치도 아니고, 지역적으로 특정 지역에만 특혜가 가는 제도도 아니다.

현재 법률상의 미비로 주식회사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은행 대출 등 오히려 협동조합들이 차별받는 요소들이 많다. 기본법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그리고 정책적으로 좀 더 규모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이것도 아직은 좀 어렵다. 그래서 모법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 아닌가.
 
19대 국회부터 석연찮은 이유로 지연된 대표적인 법이 사회적경제 기본법이다. 아무쪼록 국회가 정상화되면 이 문제는 좀 대승적으로 다루어주면 좋을 것 같다. DJ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경제에 관한 중요한 법이 하나도 생겨나지 않은 유일한 정부가 박근혜 정부였다. 그 이상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경제부처와의 조율도 다 이루어진 지금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만 하면 바로 법 통과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것도 안 하고 '경제살리기' 말로만 하는 것, 그건 좀 아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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