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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02 09:06 수정 2019.04.02 10:42
한국술과 일본술은 공통점이 많아 비교하기 좋다. 서로 쌀을 주식으로 삼으면서 쌀술을 만들고, 곰팡이를 이용하여 누룩을 만드는 것이 닮았다. 고대에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개항기 이후에는 일본에서 한반도로 술 문화와 기술이 오가다 보니 견줄 게 많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쌀술을 가지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숙명도 안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사케정보관의 시음장. 나무 술통으로 천정을 장식했다. ⓒ 막걸리학교

 
올해 3월 도쿄식품박람회 기간에, 도쿄 토라노몬역 부근에 있는 일본주조조합중앙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주조조합중앙회 건물의 1층에는 일본사케정보관이 있고, 시음장이 있었다. 일본사케정보관 이마다 관장으로부터 일본 사케의 현황을 들을 수 있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 사케업계 종사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일본주조조합중앙회에는 현 단위의 47개 사케와 소주 제조자 연합이 소속되어 있고, 그 산하에 사케 제조장 1433개, 본격소주와 아와모리 제조장이 271개, 맛술인 미림제조장이 13개 해서 모두 1717개 주조장이 소속되어 있었다. 일본 전체 주조면허자 90%가 중앙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주조업자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바깥에서 보았을 때는 주조업자들끼리 잘 뭉쳐 있었다.

일본의 주조장들은 단절된 역사를 경험하지 않아서인지, 100년 넘는 주조장이 많이 있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100년 넘는 양조장이 없다. 1920년대 창업한 막걸리 양조장이 몇 개 있지만, 무형문화재나 명인으로 지정된 전통주들은 모두 1990년 이후에 창업했다. 1966년부터 1989년까지 쌀로 술을 빚을 수 없게 되면서 전통주의 명맥이 완전히 끊겼다가 1990년 이후에 쌀로 술을 빚게 되면서 전통주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종별 협회가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협회는 아직 형성되지 못했다.

일본 내 술 총소비량은 1996년에 최고점을 찍은 이래로, 사케 소비량은 1973년에 최고점을 찍은 이래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소비량은 계속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본 사케의 내수가 줄어들다보니, 사케업체들이 수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2017년 일본 사케의 수출량은 미국 1위, 한국 2위, 홍콩 3위, 중국 4위 순이다. 총수출액 187억엔 중에서 32.3%가 미국으로 1위, 15%가 홍콩으로 2위, 14.2%가 중국으로 3위, 10%가 한국으로 4위다. 한국은 관세가 높아 값싼 사케가 들어가기 때문에, 수출량은 많지만 수출액이 적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10% 4위면 18.7억엔으로 대략 187억원 정도 되고 관세, 운송비, 유통마진이 붙어 팔리게 되면 한국 사케 시장은 1000억원 정도로 가늠된다.

일본 주조업계가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주조 전문 인력 시장의 변화다. 일본 사케 제조장들은 대부분 겨울에만 술을 빚는다. 양조 전문 인력인 '도지'들은 농부나 어부들인데, 농한기인 겨울에 주조장에 들어와 술을 빚고 봄에 나간다. 그 도지 인력이 1986년에는 74%였는데 2016년에는 15.9%로 줄어들었다. 최근 30년 사이에 일본 주조장들은 급격한 인력 변화를 겪은 셈이다.

이 빈 자리를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젊은 인력들이 채우고 있는데, 1986년에는 양조학 전공자들이 13.9%였는데 2016년에는 46.6%로 늘었다. 이 인력 구성의 변화 때문에 일본 주조장들도 계절 한정 노동에서 사계절 노동 구조로 변하고 있다. 이는 사케 품종 다각화, 사케 파생 상품 개발, 수출 모색 등의 새로운 일감 찾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양조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구조가 무너져 있다. 양조 전공자를 기르는 대학이 없다. 도시화에 따른 시골 양조장의 몰락, 대형 양조장의 기계화와 맞물려 양조 전문 인력을 뽑는 양조장이 줄어들다보니 생긴 일이다. 양조를 하고 싶어도, 창업이 아니고서는 양조업에 가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55%, 40%, 23%로 도정한 양조용 쌀 ⓒ 막걸리학교


일본 사케는 품질의 고급화를 양조용 벼와 도정 두 가지 축에서 찾고 있다. 양조용 벼를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라고 부르는데, 인기있는 품종으로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고햐쿠만고쿠(五百萬石), 미야마니시키(美山錦)들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인기 품종 우선에서, 지역별 풍토에 맞는 양조용 벼를 우선 사용하고 있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는 지역별 연구 노력으로 쌀 품종들이 좋아졌고, 농업 협동 체계의 구축에 따른 지역 농산물 사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양조용 벼는 국순당의 설갱벼, 가평우리술의 보람찬벼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설갱벼는 빻기가 편해 생쌀 발효에 적합하고, 보람찬벼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다수확 품종이라 다른 술에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사케정보관의 이마다 관장은 일본의 도정 기술은 현재 1%만 남도록 깎아낼 수 있을 만큼 정교해졌다고 한다. 아시히주조(旭酒造)의 닷사이 23 제품은 7일간 168시간 도정하여 77%를 깎아내고, 23%만 남기고 술을 빚는다. 24%를 도정한 기존 제품보다 더 앞서기 위한 전략도 있지만, 정교한 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 사케는 소주처럼 투명한데, 이는 쌀 겉면에 있는 단백질과 지방을 도정한 뒤에 전분의 비율을 최대로 높여 술을 빚기 때문에 얻게 된 특성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맥주 소비량이 전체 술 소비량에서 단연 1위이지만, 전통 술의 영역에서는 일본은 맑은 술 사케가, 한국은 탁한 술 막걸리가 주도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일 술 문화를 비교할 때, 도정은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하다. 일본 사케는 투명도와 숙성을 위해 도정이 중요하지만, 한국 막걸리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신선한 속성주로 마시다보니 도정을 중요한 변수로 여기지 않았다.

일본 사케는 17세기 이래로 대량 생산되어 배에 실려 해안을 따라 널리 팔려나가다보니 맑아졌고, 한국 막걸리는 동네 주막을 중심으로 음식과 함께 소비되거나 농부들의 농주로 소비되다보니 맑아질 필요가 없었다. 
 

니카타시의 이마요츠카사의 발효실, 범랑 발효통 사이에 나무 발효통이 새로 들어왔다. ⓒ 막걸리학교

 
일본 사케의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는 전통 방식으로 회귀하는 주조장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통상 유산균을 첨가한 주모를 사용하는데, 요사이는 유산균을 직접 배양하여 빚는 키모토(生酛)나 더 오래된 보다이모토 방식으로 사케를 빚는 곳도 생겨났다.

그리고 발효통도 법랑과 스테인리스통으로 쓰면서 버렸던 나무통을 다시 쓰는 점이다. 니가타시 이마요츠카사 주조장은 4천만원의 펀드를 모집하여 4,066ℓ 크기의 나무 발효통을 구입하여, 펀드 참여자들에게 나무통에서 빚어진 술을 우선 공급하고 있었다.
 

여성의 시선을 중시한 와인콘테스트 수상작들, 2019 도쿄식품박람회장에서. ⓒ 막걸리학교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층과 여성층을 겨냥하여 도수가 낮고 탄산감이 좋은 스파클링 사케를 개발하고, 3년 이상 숙성시켜 맛이 풍부한 숙성 사케를 생산하는 곳도 늘었다.

최근에 일본 사케 업계에서 긴조, 준마이, 준마이긴조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사케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1년까지는 이 세 분류의 프리미엄 사케가 전체 사케 시장의 15% 안팎을 차지했는데, 2017년에는 25%가 넘어섰다. 한국도 막걸리업계에서 프리미엄 막걸리의 등장이 새로운 바람이라고는 하지만, 프리미엄의 기준이 없기에 상업적인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사케는 특정명칭주라 하여 도정 비율이 70% 이하면 혼죠조주(本釀造酒), 60% 이하면 긴조주(吟釀酒), 50% 이하면 다이긴조주(大吟釀酒)라 부르고, 양조용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으면 준마이주(純米酒), 특별한 제조방법이 접목되면 특별(特別)자를 붙여 모두 8가지로 차별화시켜 놓았다.

8가지에 속하지 않는 술은 일반주(一般酒), 보통주(普通酒)로 값싸게 공급되고 있다. 술은 외형만으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워, 분류 기호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시장에서 값싼 술만 판치게 되어 있다. 우리 술도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만든 술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공동체의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

일본 사케에 대한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는데, 해외 홍보나 수출을 지원하거나, 사케와 소주 아카데미 운영 등의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연합의 원산지명칭보호(PDO)와 지리적표시보호(PGI) 제도처럼 술에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하는 일본 지자체들이 9군데로 늘어났다.

일본 사케는 고베의 나다와 이시카와현 하쿠산시와 야마가타현에서, 일본 와인은 홋카이도현과 야마나시에서, 보리소주는 이키섬, 쌀소주는 쿠마모토현, 고구마소주는 가고시마현, 아와모리는 오키나와현에서 지리적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도 진도홍주, 한산소곡주, 무주머루주에서 지리적표시제를 도입하여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상이 일본주조조합중앙회의 일본사케정보관에서 잠깐 동안 듣게 된 일본 사케의 현주소이고, 그에 견주어 우리술의 형편도 헤아려보았다. 술은 문화 상품이고, 발효 과학의 산물이라서 서로 공유하고 배울 점들이 많다. 스코틀랜드가 위스키를 관리하고, 프랑스가 와인을 관리하고, 일본이 사케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고 우리술의 장점을 찾다보면, 우리술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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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 여행작가. 술을 통해서 문화와 역사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술문화연구소 소장이며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