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22 16:40최종 업데이트 18.11.22 16:40
 

박재혁 의사 동상 부산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다. ⓒ 개성고등학교 역사관 제공

박재혁 의사의 의거는 몇 가지 점에서 재조명되고 박 의사의 투쟁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첫째는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3ㆍ1혁명이 좌절 또는 침체기에 빠졌을 때 박 의사의 의거는 독립운동 진영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러주고 국내외에서 무장투쟁의 계기를 만들었다. 의거 직후인 1920년 10월 청산리전투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1921년 2월 16일 양근환 의사가 도쿄에서 친일파 민원식을 사살한 사건, 7월 25일 안용도 의사가 지휘하는 의용대가 흥원군청을 습격하여 일본군과 교전 끝에 일경 2명 사살, 9월 26일 부산 부두노동자 총파업 단행 등이 이루어졌다. 

이 해 한 해 동안 국내에서만 일본경찰서 습격사건이 91건이 발생할 만큼 박 의사의 부산경찰서 투탄사건은 항일투쟁의 새로운 불꽃이 되었다. 

둘째는 의열단에 새로운 투지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의열단은 첫 거사가 좌절된 이후 침체상태이다가 박 의사의 거사 성공으로 용기충천하여 폭렬투쟁을 줄기차게 전개하였다. 

의열단은 1920년 12월 최수봉의 밀양경찰서 투탄, 1921년 9월 김익상 등의 조선총독부 투탄, 1922년 3월 김익상ㆍ이종암 등이 상하이 황포탄에서 다나까 일본육군대장 저격, 1923년 1월 김상옥의 종로경찰서 습격과 일경과 총격전, 1923년 3월 김시현 등의 두번째 총독부 폭파준비, 1924년 1월 김지섭의 일왕궁 2중교 투탄, 1925년 3월 베이징에서 일본밀정 김달하 처단 등 크고 작은 혹은 성공하고 실패한 의열투쟁이 계속되었다.

세째는 일제에게 조선통치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고, 조선인의 자주독립 정신을 내외에 과시함으로써 저항정신ㆍ의열투쟁의 맥락을 민족사에 남겼다. 멀리는 안중근 의거로부터 박재혁 의거로 이어지는 항일투쟁의 국혼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아일보에 등장한 의열단 의열단의 의거를 다룬 동아일보 기사. 왼쪽 하단에는 20대 초반의 앳된 모습을 한 의열단장 김원봉의 사진이 실려 있다. ⓒ Public domain

 
독일의 반나치 저항작가 브레이트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죽으면 세상 사람들은 아이에게 먹일 우유가 없는 어머니처럼 주위를 둘러 볼 것"이라고 썼다. 박재혁 의사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다음은 브레히트의 <강력한 애국자의 사망 소식을 들으며>이다.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기침을 하면
 세 개의 제국이 흔들린다.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죽으면
 세상 사람들은 아이에게 먹일 우유가 없는
 어머니처럼 주위를 둘러 볼 것이다.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죽은 지 일주일 뒤에
 다시 돌아오면
 이제는 제국의 어디에도 그를 위한
 문지기 자리 하나 없을 것이다.

   헌 사

박재혁의사 유방(遺芳)을 추모하며

 남국의 태양이 타는 정열의 바다
 현해탄의 파도는 백호(白虎)같이 뛰건만
 나라를 쫓기는 겨레의 눈물로 짜고
 망명하는 지사들의 원한에 천(千) 길이 깊은
 슬프게도 사랑하는 고향 부산을 바람처럼 해외로 날던 청년의 옷자락이여
 그리고 동지들의 밀왕래를 노리는 항마(港魔)에게
 책보따리에 감추고 돌아온 벼락의 선물이여!

 수더분하게 꾸민 중국인 서상(書商) 하나
 고국을 다시 보는 그의 눈은 맑은데
 항상 거친 바다도 푸른 거울 낯으로
 우거진 송림도 반겨주는 용두산에서
 그리운 동창이며 믿는 동지 최씨와
 내일이면 죽을 몸을 사진 찍던 그 정경이여

 그 하룻밤은 대담하게 코를 골고
 이튿날 9월 2일엔 경찰서를 방문하여
 서장실에서 책 사라는 진기한 면담
 "중국이 책 자미 호왈라, 자고로 천하제일
 일본이 영감 스까베 내가 알아 있어
 이거 중국이 와이본 금병매(金甁梅) 진짜 있어…"
 그러다 폭탄 한 개를 썩 꺼내들고
 유창한 일어로 추상같은 사형선고!

 널 죽이고 나도 죽자는 일발의 장거
 피아 2척 간에 터뜨린 청천벽력이여
 서장은 피투성이, 마침내 거꾸러지고
 아 ㅡ 의사 또한 상한 채 적에게 잡혀

 욕된 사형을 깨끗이 면하려고
 일편단심으로 단식 12일
 "이몸이 죽어 죽어 나라만 사는 날엔
 내 목숨 다시 살아 만세 부르리"
 그 거룩한 스스로의 만가로
 순국의 길을 고요히 찾아가다!
(주석 1)

주석
1> <도보(圖譜) 독립혈사 제2권>, 발행인 박영랑, 문화정보사, 1947.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의열지사 박재혁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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