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17 18:11최종 업데이트 18.11.17 18:11
 

박재혁 의사 동상 박재혁 의사 동상 ⓒ 개성고등학교 역사관 제공

 
박재혁은 일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였다. 

먼저 의열단에 가입할때 서약했던 '공약 10조'가 떠올랐다. 


①의 "천하의 정의의 사(事)를 맹렬히 실행하기로 한다"는 어김없이 실천하였다. ②의 "조선 독립과 세계의 평등을 위하여 신명을 희생키로 함"에 방점이 찍혔다. '신명을 희생키로' 했으면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당당하고 꿋꿋하게 죽음에 임하면 되었다.

죽음보다 더한 굴욕을 견디면서 '발분지서(撥憤之書)'라는 <사기>를 쓴 사마천은 생과 사를 자연의 순환법칙으로 이해하면서 '태산'과 '홍모'에 빗대어 죽음의 무게를 달았다.

人固有一死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 
或重或泰山 때로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或輕於溩毛 때로 어떤 죽음은 홍모보다 가볍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에 숱한 인물의 평을 남겼다. 그리고 얻은 결론의 하나로 사람에 따라 삶과 죽음의 의미가 '태산'과 '홍모'로 나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해방 후 6~80년대에 활동했던 법정 스님은 <살 때와 죽을 때>에서 "꽃은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노래했다. 사람은 가는 뒷모습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게 되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는 것은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 또한 내 자신의 일이니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모란처럼 뚝뚝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산뜻한 낙화인가
 새 잎이 파랗게 돋아나도록 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꽃은 필 때만큼 아름답지가 않다. 

 생과 사를 물을 것 없이 
 그때 그때의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불교의 사생관이다.  
 우리가 순간순간 산 다는 것은
 한편으론 순간순간 죽어 간다는 소식이다.

 현자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석 1)

의로운 사람은 비겁하지 않는 법이다. 살았을 때나 죽음(죽임)에 임하여가 다르지 않다. 박재혁은 일제의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조금도 비굴하지 않았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진술하고, 동지들과 관련해서는 갖은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주석
1>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134~135쪽, 조화로운 삶, 2006.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의열지사 박재혁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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