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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5 징벌적 손배 찬성을 넘어

정준희의 쓴소리 "징벌적 손배, 민주당·언론계 '뻥카' 싸움"

[창간21주년 기획 논쟁 /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 찬성 넘어] 정준희 한대 겸임교수 ①

21.03.02 07:06최종 업데이트 21.03.0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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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이란 말 때문에 언론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민주당이 뭔가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실상 언론도 엄청난 손해를 입진 않는 법안인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과 반대하는 쪽 모두 '뻥카'를 치고 있는 것이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에 대해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결코 호의적인 눈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 이희훈

 
"민주당과 반대하는 쪽 모두 '뻥카(상황을 과장해 상대를 속이는 것을 표현하는 은어)'를 치고 있다."  

정준희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뜨거운 감자인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쟁을 놓고 이같이 평가했다. 법안을 내놓은 민주당의 기치도,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도 모두 과장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실제론 징벌적이지 않은데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라고 하는 윤영찬 의원 법안은) 굳이 말하면 '배액 배상제' 정도로 표현해야 맞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벌적이란 말 때문에 언론에 불만을 가진 이들에겐 민주당이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실상 언론도 엄청난 손해를 입지 않는 법안인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평했다. 
 
2월 초 민주당은 '언론개혁 6개 법안'을 발표했다. 그 중 윤영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가장 쟁점이 되고 있다. 이른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불리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불법정보 생산·유통으로 명예훼손 등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손해를 입힌 이용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민주당은 '이용자'의 범위에 1인 미디어, 유튜버, SNS 사용자뿐만 아니라 언론과 포털사이트까지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언론개혁 6대 법안? 민주당 마케팅 불편... 언론계는 징징대는 것"
 
정 교수는 "(언론개혁 6대 법안과 같이) 그렇게 이름 붙여 마케팅(marketing)하는 것이 좀 불편하다. '6대'라고 하니까 뭔가 많은 걸 담고 있는 것 같고, 언론개혁의 전부를 포괄하는 것처럼 과장된 경향도 있다"면서 "6대 법안은 언론개혁의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또한 새 발의 피로 이 정도의 논란이 생기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권력감시 기능이 약해질 것'이란 언론계의 반발에도 "과장"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징징대는 것"이라며 "사실 언론이 너무 마음대로 써서 문제지 조심히 써서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권력감시에 약간의 위축 효과가 발생하는 등 우려되는 면은 있지만 지금까지는 위축될 게 너무 없어서 문제 아니었나"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언론개혁이란 명칭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알아듣긴 좀 어렵고 귀에는 덜 꽂히겠지만 '미디어 구조 개편'이 전반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라며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언론피해 구제 강화를 1단계로 삼아야 한다. 2단계는 미디어와 관련된 법을 통합하거나 재편해 미디어 행위자들을 위한 새판을 짜야 한다. 3단계는 정상적·합리적 언론이 더 잘 먹고살고, 더 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1시간 넘는 인터뷰를 통해 ① 징벌적 손해배상제 ② 언론개혁 방향 ③ 우리 언론의 과거와 현주소 ④ 언론이 신뢰도를 잃은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이 기사에는  ①·②와 관련된 내용을, 이어진 기사에는 ③·④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기사형 광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6대 법안은 언론개혁의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여기에 더해 새 발의 피로 이 정도의 논란이 생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 이희훈


-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썩 좋은 네이밍(naming)이 아니다. '징벌적'이라고 하니 반발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또 실제론 징벌적이지 않은데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라고 하는 윤영찬 의원 법안은) 굳이 말하면 '배액 배상제' 정도로 표현해야 맞다. 징벌적이란 말 때문에 언론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민주당이 뭔가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실상 언론도 엄청난 손해를 입진 않는 법안인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과 반대하는 쪽 모두 '뻥카'를 치고 있는 것이다."
 
- 언론계에선 권력감시가 약해질 거라고 주장한다. 
 
"과장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징징대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까지 끌고 온 걸 보면 사실 징징대는 것 이상이다. 소규모 언론사, 대항능력이 약한 언론사들이 조금 어려워질 순 있는데 이건 충분히 예방책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도를 막기 위한) 봉쇄 소송에 이용될 수 있는데, 국가기관이나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경우 입증 책임을 스스로 지도록 하면 된다(윤영찬 의원 법안은 입증책임을 언론이 지도록 돼 있다 - 기자 주). 사실 언론이 너무 마음대로 써서 문제지 조심히 써서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권력감시에 약간의 위축 효과가 발생하는 등 우려되는 면은 있지만, 지금까지는 위축될 게 너무 없었던 게 문제 아니었나." 
 
-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비롯해 민주당은 '언론개혁 6대 법안'을 내놨다.
 
"그렇게 이름 붙여 마케팅(marketing)하는 것이 좀 불편하다. '6대'라고 하니까 뭔가 많은 걸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언론개혁의 전부를 포괄하는 것처럼 과장된경향도 있다. 내용을 쪼개보면 손해배상액을 조금 높인 것, 포털 등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범죄에서 말하는) '출판물'에 방송을 포함시킨 건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 아무튼 6대 법안은 언론개혁의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여기에 더해 새 발의 피로 이 정도의 논란이 생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 그렇다면 언론개혁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보나. 
 
"언론개혁은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당장 시급한 문제와 장기적·구조적 문제를 치밀하게 구성해 10년 이상의 프로젝트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당의 '언론개혁 6대 법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다. 민주당의 법안은 '허위 정보 일부를 걸러내고, 명예훼손 정보를 강하게 때리면 언론이 경각심을 갖겠지' 정도의 수준이다. 시장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시장 구조 전환은 먹고사는 방법에 손을 대야 한다. 현재 우리 언론은 사주가 기자들을 전투조처럼 돌려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게 만드는 구조다. 어떤 기업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나. 일부 그런 곳이 있겠지만 언론만큼 저열한 곳은 없다.
 
또한 공정거래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신문법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기사형 광고에 대한 처벌' 등을 되살려야 한다(기사형 광고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 개정의 결과물이다 - 기자 주).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불리는) 배액 배상제는 이런 데에 도입해야 한다. (윤영찬 의원 법안처럼)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판단하기 어렵고 법원에서도 대단히 보수적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대기업으로부터 1억 원 받고 기사 10개 써준 건 입증하기 쉽다. '1억 원을 받았으면 1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정해두면 언론에도 엄청난 타격일 뿐만 아니라 광고주도 '쪽팔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효과가 높게 된다. 
 
이런 사례만 몇 개 누적시켜도 언론의 치사하고 구태의연한 짓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눈에 보이는 너무도 뻔한 잘못을 잡아내는 방법으로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 작심하고 때려줘야 한다. 물론 정부나 여당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지고 개혁을 해나가야지 자꾸 (징벌적 손해배상제처럼) 부담을 사법부에 떠넘기는 방식으론 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

"미디어 구조 개편이 목표여야"
 

"정권 하반기이기 때문에 정권이 언론개혁에 나서기는 사실 쉽진 않을 거라고 본다. 다만 해야 할 것을 정리라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 이희훈

 
- 언론의 자정 기능, 예를 들어 자체 비평 및 상호 비평이 부족하단 지적도 많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다. 특히나 자체 비평은 대단히 어렵다. 감사 조직 정도가 나서는 게 아닌, 기존 보도 조직의 연장으론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제가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느낀 게 바로 그거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내부에선 완전 소수자가 돼버렸다. KBS 보도 중 실수한 게 있으면 무조건 다 지적해야 하고 같은 회사 기자인데 끌어다 욕해줘야 하니 아무도 (<저널리즘토크쇼J> 소속으로) 오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방송국의 어느 국장은 '우리도 미디어 비평을 하고 싶은데 솔직히 보도국 무서워 못하겠다'면서 '자사 비평은 하지 않고 타사 비평만 하면 각 언론사 사이에 상호 비평이 되지 않겠냐'고 말하더라. 꽤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저널리즘토크쇼J>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것보다 아예 처음부터 '우린 타사 비평할 거고 반대 비평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하면 훨씬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 언론 스스로의 개혁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의지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에 이런 의지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 출범이 너무 급박하게 이뤄졌다.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후 인수위원회 및 정부조직 개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개혁의 핵심은 조직 개편이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정권 초기에 정하고 언론개혁의 상황에 따라 실질적인 작업을 해 나가야 한다.
 
지금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조직이어서 강력한 행정과 입법 기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명박 정부 초기 '미디어악법'을 만들 때처럼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과 청와대 수석의 뒷받침이 있던 구조가 아니면 개혁은 힘들다. 정부조직 개편도 안 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으로 취약하며,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변인의 연장선상 정도인 게 현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남북관계, 코로나19 등이 우선순위로 부상했고, 노무현 정부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언론개혁은 위험도가 높은 정책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 정부 입장에서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권 하반기이기 때문에 사실 쉽진 않을 거라고 본다. 다만 해야 할 것을 정리라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부위원회나 청와대 정책자문회의 등에 계속 관련 방안이 올라가 검토가 꽤 이뤄진 상태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차기 정부가 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기자실 문제 개선 정도일 것이다.
 
결국 입법부인 국회가 좀 움직여야 하는데, 적어도 (민주당의 '언론개혁 6대 법안'처럼) 해보겠다고 나선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 내놓은 안들은 1단계 내지 전체 로드맵 중 초보적인 단계라는 걸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지금 진행하는 것을  '언론개혁 6대 법안'이 아닌, 말 그대로 1단계로서의 '언론피해 구제 강화 법안' 정도로 밝히며 6개월에서 1년 정도 충분히 논의를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 
 
- 언론개혁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언론개혁이란 명칭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알아듣긴 좀 어렵고 귀에는 덜 꽂히겠지만 '미디어 구조 개편'이 전반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각론을 몇 개 세워야 하는데 앞서 말한 언론피해 구제 강화를 1단계로 삼아야 한다. 2단계는 미디어와 관련된 법을 통합하거나 재편해 미디어 행위자들을 위한 새판을 짜야 한다. 3단계는 정상적·합리적 언론이 더 잘 먹고살고, 더 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지금은 1단계를 논의하고 있는데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간에 언론 피해 구제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 뭔지 여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 인터뷰 두번째 ["독자 편향이 문제? 언론이 오히려 이용"]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