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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2월 22일 창간한 오마이뉴스가 어느덧 중학교 2학년생의 나이인 15살이 되었습니다.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오마이뉴스의 역사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연속이었습니다. 한 마리의 토끼는 초심 지키기였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창간 슬로건에 담긴 시민참여저널리즘을 흔들림 없이 구현하면서, 기존에 직업기자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던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문화를 시민참여형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 마리의 토끼는 '의미있는 성장'이었습니다. 열린진보라는 편집철학을 유지하면서, 참언론의 길을 지켜가면서 매체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것이었습니다.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덕분에,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난 15년간 오마이뉴스는 두 마리 토끼 잡기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즐기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뉴스의 생산-유통-소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제 문화가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창간 때 727명이었던 시민기자는 8만 명에 육박합니다. 그 중 교사 시민기자 윤근혁씨는 천개가 넘는 머릿기사를 써서 교육계를 개혁시켜왔고, 목사 시민기자 최병성씨와 지역활동가 시민기자 김종술씨는 4대강사업 현장을 발로 뛰며 토목 공화국을 고발했습니다. 주부 시민기자 김혜원씨는 사는 이야기를 '진짜 뉴스'의 새 영역으로 개척했고, 교수 시민기자 강인규씨와 회사원 시민기자 지용민씨는 날카로운 칼럼으로 국민을 배반한 권력을 비판해 왔습니다. 이들의 필력과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직업기자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탄탄하며 절실합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는 오마이뉴스 안에서뿐 아니라, 페이스북-트위터-블로그 등의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마을만들기를 하고 있는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오마이뉴스만의 창간 슬로건이었던 것이 지금 세계 시민 모두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 오마이뉴스 식구들은 이 점을 가장 자랑스러워합니다. 그 변화의 혜택이 비록 오마이뉴스의 것만이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언론사 오마이뉴스의 성장도, 그동안 자리했던 터의 척박함을 감안할 때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창간 당시 저를 포함해 4명이던 상근직원은 지금은 115명이 되었습니다. 이 적지 않은 직원들이, 비록 흡족한 월급은 아니지만, 지난 15년 동안 단 하루도 늦지 않게 월급을 받아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한국기자협회가 한 해 동안 가장 우수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주는 '한국기자상'을 2013년(취재보도부문), 2014년(온라인 부문) 2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독자, 시민기자, 10만인클럽 회원, 협력사 관계자 여러분의 응원과 동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초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오마이뉴스의 의미있는 성장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공감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으로 구독료를 월 1만 원 이상씩 내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은 그간 2만여 명에 달했고, 이들은 오마이뉴스에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대의 부름에 따를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2000년 새 봄에 창간된 오마이뉴스는 2015년 새 봄에도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 나갑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새 시민참여 플랫폼 <모이>와 <썸>을 선보입니다. 2월초 베타 버전을 오픈한 <모이>는 "참 쉬운 오마이뉴스"를 지향하면서 스마트폰 시대에 언제 어디서나 쉽고 간단히 자신의 소식을 나눌 수 있게 합니다. 페이스북에 비해 더불어 함께 '이슈'를 만들어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썸>은 스마트폰으로 10초짜리 영상을 직접 촬영-편집해 바로 소식을 전하는 모바일 플랫폼입니다. 3월 초부터 본격 실험될 <썸>은 모든 시민이 방송기자-방송피디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에 팟캐스트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사랑을 받은 <장윤선의 팟짱>은 올해 시즌2를 통해 더욱 입체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한편으로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빠르고 경쾌하게 걸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 근본적인 문제의 해법을 찾아 호시우보(虎視牛步)로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시대의 핵심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승부하겠습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나라를 통일해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양극화 심화로 불평등 사회가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자본 권력의 폭주를 감시 비판하고 서민들의 생존권 보호와 권익 향상을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있겠습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 1.13이 말해주는 불안사회, 위험사회를 안전사회, 행복사회로 바꾸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심층취재기사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을 모아 지난해 9월 단행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펴내고 4달 동안 161차례에 걸쳐 전국 순회 강연을 했습니다. 약 2만 킬로미터를 달려 전국을 서너 바퀴 돌면서 1만6천여 명의 시민을 강연장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그 시민들을 만나면서 희망을 얻었습니다. 52세인 제가 회춘을 하듯이 힘이 불끈 솟았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불안사회, 위험사회를 행복사회로 바뀌기 위해 꿈틀꿈틀 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을 '꿈틀리 주민'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오는 3월 10일부터 다시 봄맞이 시즌2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 순회 특강을 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꿈틀리 지도를 그려 독자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교체입니다. 정권 교체는 5년마다 한 번씩 하지만 사회 교체는 오늘 나로부터 매일 계속됩니다. 정권 교체의 날엔 당선된 대통령이 월계관을 쓰지만 사회 교체의 날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꿈틀대는 시민 모두가 승자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불안사회를 행복사회로 교체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는 '꿈틀리 주민'들과 손을 잡고 매일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오마이뉴스부터 행복한 회사로 모범을 보여야겠지요? 최근 오마이뉴스는 전 직원 모임을 갖고 우리의 비전을 재점검하고, 더 나은 소통구조를 만들어 즐거운 회사, 행복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열다섯 살이 된 오마이뉴스는 안과 밖에서 거듭나겠습니다. 안으로는 115명의 직원을 가진 중소기업이 어디까지 행복한 회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고, 밖으로는 행복사회를 위해 참언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수와 채찍으로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0년 봄, 우리는 이런 꿈을 가졌습니다.


새 천년이다, 언론판을 바꿔보자, 시민이 본격 참여하는 새 인터넷신문을 만들자.
그래서 우리는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 22분 오마이뉴스를 창간했습니다.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러 오마이뉴스가 스무 살 성인이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하면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선언했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시민기자제도를 선보였습니다. 창간 때 727명의 시민기자가 함께했고, 지난 20년간 8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창간사에서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문화의 혁명”을 선언했습니다. 시민은 시민기자로서 뉴스를 생산할 뿐 아니라 유통과 소비에서도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 최초로 모든 기사의 말미에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시민들이 좋은 기사에 원고료를 주는 시스템도 세계 최초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CNN 등 세계 언론들이 “오마이뉴스는 21세기 저널리즘의 미래인가”라며 주목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래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전 세계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하나같이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창간 선언을 그들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또 창간하면서 ‘언론권력의 교체’를 선언했습니다. 소수의 언론사와 직업기자들이 여론형성을 독점해온 시대를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20년은 어찌 보면 언론권력 분산의 과정이자 여론형성의 민주화 과정이었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로 무장한 개인과 소규모 실핏줄 언론이 오마이뉴스 안팎에서,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키워왔습니다. 이제 시민의 목소리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은 개별 방송사나 신문사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여론형성 과정에 시민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를 따져본다면 한국은 최상위권에 자리할 것입니다.


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은 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시민기자제도가 구현되었고, 언론권력 민주화도 이뤄졌습니다. 그 사이 정권도 진보에서 보수로, 다시 보수에서 진보로 오갔습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오마이뉴스 앞에 새로운 사명이 생겼습니다.


첫째, 시민참여언론의 대표주자인만큼 참여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일에 기여하겠습니다. 여론형성과정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더 많은 갈등, 반목, 상처가 되지 않고 집단지성이 되어 사회적 합의를 생산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오마이뉴스는 앞장설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중을 현혹하는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비판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집단쏠림을 경계하며,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 위해 상대방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를 지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때부터 ‘시민기자와 상근기자의 환상적 결합’을 추구해왔습니다. 8만 시민기자의 활동이 책임 있는 참여가 될 수 있도록 100명의 상근기자와 직원이 편집자이자 동지이자 서포터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기본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배려 있는 참여, 책임 있는 참여, 생산적인 참여가 한국 민주주의의 특산품이 될 수 있도록 오마이뉴스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둘째, 지나온 2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20년을 설계하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21세기 100대뉴스>, <스무살 머릿속>, <2000년 사건 그 후>를 시작한 것이 그 출발입니다. 제대로 된 성찰을 위해 언론으로서 ‘왜’와 ‘무엇을 위해서’라는 근본 질문을 던지는 데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이 질문을 중심에 두겠습니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구성원들은 열심히 살았고 많은 실천을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어느 정도 이뤄졌는가?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로는 세계 15위권 안에 들지만 안타깝게도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하지 못합니다. 그 상징지표의 하나가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20년 전부터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이 번갈아가며 저출산 대책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2018년 0.98명이 되었고, 2019년 3분기는 0.88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만 보면 0.69명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저출산입니다. 출산율이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출산파업’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선언으로 보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권하는 것이 미안하고 부담스럽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새로운 출발은 오랜 관성과의 결별을 요구합니다. 이제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시도했지만 제대로 풀지 못한 문제의 핵심에 우리 모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멈춰 서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열심’은 진정 무엇을 향하고 있는 것인가?


창간 2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지난 6년간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에 20/20 운동을 제안합니다.
20년 전, 2000년이라는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개인, 가정, 기업, 조직, 정부가 저마다 새로운 꿈을 꾸었습니다. 올해 2020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중간점검을 요구합니다. 지난 20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앞으로의 20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지난 2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20년을 설계하는 일에 개인·가정·조직·회사·정부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올 한해 지속적으로 이곳저곳의 20/20 흐름을 중계하겠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당당히 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꿈틀거리는 개인과 조직의 사례를 적극 조명하겠습니다.


돌아보면, 오마이뉴스는 지난 20년 동안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랑해주시고 채찍질해주신 독자, 시민기자, 10만인클럽 후원자, 광고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세계언론역사의 새 장을 연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청춘을 바쳐 헌신적으로 일해온 전현직 직원과 그 가족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오마이뉴스가 초심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와 크고 작은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